
가 볼 만한 곳
Somewhere Worth Visiting
이미정
Lee Mijung
2026. 8. 4 Tue ~ 2026. 8. 22 Sat
* 이번 전시는 일요일(11~18시)에도 오픈합니다.
주최 :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문화재단
*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문화재단의 'K-Art 청년 창작자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받은 사업입니다.
연계행사 | 피크닉 데이
8월 16일(일) 13:00–16:00
작가와 함께 전시를 감상하고 피크닉을 즐기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참가자는 돗자리, 방석 등을 준비해 주세요. 개인 식음료를 가져오셔도 좋습니다.
전시 소개
이미정 작가는 온라인에서 ‘가 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수많은 장소의 이미지가 서로 다른 장소임에도 사람들이 촬영한 풍경은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풍경은 그 고유한 차이가 흐려지고, 풍경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정에게 풍경은 자연 그 자체라기보다, 수없이 촬영되고 공유되며 소비된 이미지의 집합으로부터 추출된 도상에 가깝다. 《Somewhere Worth Visiting》은 이러한 모순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서 하늘과 산, 나무와 땅은 하나의 완결된 장면이 아니라 서로 분리되고 이동하며 다시 조합될 수 있는 요소로서 하나의 풍경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의 배열이 된다. 그리고 익숙한 풍경을 다시 분리하고, 기호화하고, 조립하는 이미정의 작업은 우리가 풍경을 소비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되묻는다.
Exhibition Introduction
Artist Lee Mijung began this body of work by observing that when searching online for "places worth visiting," countless images of different locations often appear strikingly similar. Although each photograph depicts a distinct site, the landscapes people choose to capture are repeatedly framed in nearly identical ways. In this process, the unique characteristics of individual places gradually dissolve, and landscapes become generalized images that could belong anywhere. For Lee, landscape is less a representation of nature itself than an icon extracted from the countless images that have been photographed, shared, and consumed. The exhibition Somewhere Worth Visiting begins with this paradoxical experience.
In this exhibition, the sky, mountains, trees, and ground are presented not as components of a fixed and complete scene, but as individual elements that can be separated, relocated, and recombined. A landscape is no longer understood as a specific place, but as one possible arrangement among many. By fragmenting, codifying, and reassembling familiar landscapes, Lee invites viewers to reconsider the ways in which we consume and remember landscape.
작가 소개
이미정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시대적 가치와 보편적 미감에 주목하며, 이를 평면 위에 해체하고 다시 입체적으로 엮어내는 ‘조립식 회화’를 선보여 왔다. 작가가 포착한 전형적 이미지들은 물질성을 가진 복수의 표면이 되고, 조립과 배치를 통해 가변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그의 회화는 단일한 평면에 머물지 않고 공간을 점유하며, 나아가 다양한 효과와 서사를 압축하는 미디어로 기능한다. 유행과 집단적 원형을 통해 형성된 공통의 풍경을 다루며, 익숙한 이미지 저변에 깔려있는 보편 가치를 독해한다. 익숙한 대상을 새롭게 감각할 수 있는 ‘장면’을 구축해, 동시대 이미지가 작동하는 규칙과 감각의 조건을 드러낸다.
이미정(b.1988)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개인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PS Under Layer 2025), ≪SANDWICH TIMES≫(송은아트큐브, 2020), ≪위로는 셀프≫(OCI미술관, 2013) 등을 개최했으며, ≪풍경을 이루는 순간들≫(OCI미술관, 2026), ≪오싹하게 부드럽게≫(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4), ≪데코·데코 Décor·Décor: 리빙룸 아케이드≫(일민미술관, 2023), ≪Summer Love≫(송은, 2022), ≪IN_D_EX : 인덱스≫(서울시립미술관, 2018)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KdMoFA Taipei Taiwan (2017),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20),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2022)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OCI미술관(서울), 국립현대미술관(서울), 관두미술관(대만)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 서문
이미정 개인전 <가 볼 만한 곳 Somewhere Worth Visiting>에 부쳐
글. 김인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몇 해 전 업무차 방문한 바르셀로나에서, 우리 일행은 짬을 내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방문했다. 도착해 보니 마주한 것은 거대한 테마파크처럼 작동하는 풍경이었다. 굿즈 판매대와 끝없이 늘어선 음식점과 상점 등을 지나 건물이 잘 보이는 지점을 찾아 헤맸다.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와중에 찍은 사진은 수많은 인파와 소음, 기다림과 피로는 스마트폰의 편집 기능으로 손쉽게 지워졌고, 하루의 경험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이미지 한 장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마치 완벽한 경험인양 각자의 개인 SNS에 기록되었다. 이처럼 현 시대의 우리는 많은 경우 특정한 날의 경험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하고 소비한다. 그리고 때로는 장소 그 자체보다 이미지를 통해 기억되고 공유될 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미정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풍경을 인식하고 소비하는 동시대의 감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이미지의 구조에 주목한다.
이미정 작가 역시 가족들과 주말 나들이를 가야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나들이 장소를 검색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가 볼 만한 곳’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목적지를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그 장소가 왜 가 볼 만한지에 대한 판단이 이미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실제 그 곳으로 가는 과정과 그 환경의 쾌적함까지는 책임지지 않으나 풍경은 볼만하니 가보려면 가보라는 뉘앙스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찾아가는 장소는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의 형태를 확인하기 위한 장소일 수도 있다. 검색창에 입력하는 순간 화면 위에 펼쳐지는 수많은 장소의 이미지는 서로 다른 지명과 개별적인 서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유사한 시각적 문법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장소를 고유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차이는 이미지의 반복과 유통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풍경은 어느 순간 서로 대체 가능한 보편적 기호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를 단순화하고 기호적으로 제시해온 이미정의 작업 방식은 이러한 동시대의 이미지 환경과 맞닿아 있다. 구체적인 장소의 경험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하고, 그것을 손쉽게 저장하고 공유하며 소비하는 디지털 카메라와 온라인 플랫폼의 대중화가 만들어낸 시각적 감각에, 어쩌면 그녀의 작업은 가장 자연스럽게 조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정에게 풍경은 더 이상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수없이 매개되고 소비된 이미지의 집합이다. 관광 홍보 이미지와 SNS의 사진, 개인의 여행 기록 속에서 반복되는 장면들은 특정 장소를 지시하는 동시에 장소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인 이미지의 유형을 형성한다.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인식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소비해온 풍경의 표준화된 형식이 되고 있는 오늘날, 이미정의 회화는 풍경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다시 이미지화하는 작업에 가깝다. 실제로 존재했던 산과 호수는 화면에 도착하는 순간 더 이상 특정한 지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장소가 보편적인 이미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미정의 작업은 재현의 문제를 이미지의 유통과 소비의 문제로 확장한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열리는 이미정의 개인전 <가 볼 만한 곳 SomewhewWorth Visiting>에 대해 논의 하던 중 작가는 ’기억의 해상도’라는 표현을 하였는데, 이는 중요한 개념적 단서를 제공한다. 이미정의 이미지는 대상을 완전히 알아볼 수 없도록 추상화하지도, 사진적 사실성에 도달할 정도로 구체화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남겨둔 채, 기억 속에 잔존하는 장면의 불확실성과 감각적 잔상을 호출한다. 햇빛의 방향이나 나무의 실루엣, 특정한 하늘의 색과 그림자는 구체적인 장소에 대한 기억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어느 장소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미지의 모듈로 작동한다. 따라서 여기서 ’기억’은 개인적인 경험 뿐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반복적으로 학습된 집단적 기억과도 연결된다. 우리가 특정한 풍경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방식 역시 순수하게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이미지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가르친다. 이미정의 작업은 이러한 이미지의 사회적 작동 방식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것을 화면의 구성 원리와 조형적 언어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풍경의 ’조립 가능성’이라는 형식적 장치로 구체화된다. 하늘과 산, 나무와 땅은 하나의 완결된 장면을 이루는 요소가 아니라 분리되고 이동하며 다시 결합할 수 있는 개별적인 단위로 존재한다. 각각의 파츠는 독립적인 존재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다른 요소와 결합할 수 있는 잠재성을 품는다. 하나의 풍경은 고정된 전체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의 배열에 불과하다. 이때 조립과 분리는 단순한 형식적 실험을 넘어 풍경을 둘러싼 현대적 경험의 구조를 반영한다.
작가의 태도는 이러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폭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작업의 중요한 긴장은 작가 자신 역시 그 이미지 소비의 구조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가 볼 만한 곳’을 찾아가는 일을 피로하게 여기면서도 결국 그 장소를 방문하고, 사진을 찍고, 그 순간을 기억으로 남기는 행위. 아름다운 풍경의 반복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경험. 이미정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모순적이고 양가적인 상태이다. 이러한 양가성은 작가의 조형적 태도에서도 반복된다. 이미지의 외곽은 명확하게 규정되면서도 동시에 흐려지고, 형태는 구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특정한 대상을 넘어선다. 각각의 파츠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다른 것과 결합할 가능성을 가진다. 화면은 풍경을 보여주지만, 그 풍경은 하나의 장소로 고정되지 않는다. 완성된 이미지를 제시하면서도 그 이미지를 다시 분해할 가능성을 남겨둔다.
결국 이미정의 작업에서 풍경은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억되는가’의 문제로 이동한다. 작가는 우리가 자연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그 자연이 이미지의 체계 안에서 선택되고, 편집되고, 소비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소유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이미지, 혹은 이미지로 구성된 기억으로 전환된다. 그래서 이미정이 이번 전시에서 제안하는 ’가 볼 만한 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장소가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다시 찾아가는 장소일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는 동시에, 자연을 바라보는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게 된다.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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